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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있는 고수들이라 무림인 중 아직까지 천산이라는 이곳 멀

리 까지 와서 그들을 잡아가려는 인물들은 없었다.

 “너는 예전에 내가 혼을 담아야 한다는 말을 이해했느냐?”

 두 달 동안 천산이괴를 찾기 위해 천산을 헤매다 그들의 근거지를

찾자 스승인 정이면이 초일에게 물었다. 이제는 보통의 키에 그나마

봐줄 만한 얼굴이 되어 장부로 자란 초일의 모습이지만 여전히 그는

정이면에게 공손했다. “아직까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초일의 말에 정이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혼을 담으라는 말은 살아 있는 검을 만들라는 말이다.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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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창조하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네가 아무리 살인을 한다고는 하

나, 네 검이 그렇다고 죽어서야 되겠느냐! 사람이 검법을 사용하는 것

이지 검법이 사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검법은 죽어 있으니, 살아

있는 사람이 죽어 있는 검법에 구속되어 산다면 그것이 죽은 것이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여태껏 네가 만난 사람들은 형식에 구속되어 초식이 뛰

어나도 죽어 있는 검을 펼쳤기에 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도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말아라. 만약 살아 있는 초식을 뛰어넘은 고수

를 만난다면 네가 살아 있는 검을 펼치지 않는 이상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문파들은 제자들에게 수많은 초식을 가르치며 숙달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문파에서도 그런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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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지금의 최고 고수들인 것이다. 진정한 고수는 초식이 없어야만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전검류에 초식이 없는 것은 검이라는 것 자체에

초식이 없으므로 상승의 경지에 보다 손쉽게 들기 위함이고 초식이

없으므로 상대가 네 검을 깨트릴 생각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전검류의 구결들이다.”

 초일은 정이면이 품에서 꺼내 주는 약간 두툼한 책자를 받아들었다.

 “틈틈이 읽도록 해라 이것을 주는 이유는 이제 몸으로 느끼는 단계는

지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마음으로 검을 느끼고 생각하며, 검의 길을 찾아

야 할 때인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것은 네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진정한 자기 것이 될 수 있는 것이

다. 나의 사부도 내게 이렇게 가르쳤으며 나 역시 네게 이렇게 가르치는 것이

다. 지금의 너의 모습은 내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네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초일은 정이면의 말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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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였다. 스승의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기에 그는 쉽게

대답했다. 무엇보다 마음으로는 기뻤다. 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주겠다던 전검류의 책자를 이제 받았기 때문이다. “보고 나서 이해를 했다면 바로 태우거라.”

 사부의 말에 초일은 의문의 시선으로 사부를 바라보았다.

 “내가 적은 것이다. 너 역시 나중에 제자가 생긴다면 네가 적어서 전해 주거라 알겠느냐?”

 “예, 스승님.” 책을 조심스럽게 갈무리하자, 정이면은 다시 말했다.

 “일단 이 주위에서 일 주일 정도 너는 책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도록 해라.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천산이괴는 힘들 것이다. 그 책을 보고 이해를 한다면 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정이면의 말에 초일은 기거할 수 있는 동굴을 찾았고 둘은 그곳에서 일

주일을 보냈다. 그동안 초일은 책자의 내용을 탐닉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책의 절반 이상은 그냥 강호의 여러 문파들과 그들의 독문(獨門)무공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강호(江湖)에 나가면 알아야 할 여러 가지

상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장에 ‘전검류비전록(戰劍流秘典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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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제목과 사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여태껏 너의 검은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싸워 왔으나 이제부터 전검류의 형식에 맞추어, 그

동안의 마구잡이식이 아닌 형식 속에 형식을 뛰어넘는 것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초식이 있으나 초식이 없는 검, 그것을 강호에서는 ‘무형

검(無形劍)’이라고도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냥 ‘심검(心劍)’일 뿐이다.

 이 책을 본다는 것은 무(無)에서 그동안의 몸으로 겪은 생활로 너만의 유

(有)를 창조했을 것이다. 너만의 초식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조

차 넘어서 다시 무(無)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검(劍)에는 생명(生命)이 없다.

 네가 알아야 할 것은 검에는 생명이 없다는 것이다. 생명이 없다면 죽

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의 검은 검조차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너는 검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처럼 어

려운 것은 없으며 하기 힘든 것도 없을 것이다. -나무를 베려면 나무가 있어야 한다.

 나무를 패려면 팰 나무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초식을 깨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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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려는 초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주먹질에는 초식

이 없다. 그것은 초식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니, 네가 초식이 없다

면 누가 깰 수가 있을 것인가. 하지만 어린아이의 주먹질은 아무런

힘이 없기에 어른에게 지는 것이다. 내가 상승의 검에 눈을 뜬다면 검이

보이지 않고 사람만 보이기에 초식이라는 것도 잊어 버려 그 근본을 보게

될 것이다. 근본을 본다는 것은 만물(萬物)을 본다는 것이다. -그 근본은 다 같은 것이다.

 모든 것의 근본을 보아야 할 것이다. 검은 무기이다. 너는 검이라는

무기의 근본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지

고치거나 살리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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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처럼 주위를 솔직하게 보라는 뜻이다. 가식에 마음을 가린다면

어떻게 진실을 볼 수가 있겠느냐, 마음이 가식이라면 세상도 가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진실로 세상을 보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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