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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 시작했다. “악! 내 고기!” 천여랑은 놀라 노루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던 천여랑은 갑자기 몸을 멈추었다. 눈앞의 노루가

갑자기 회색의 그림자에 둘러싸이더니 피와 살이 튀며 죽었기 때문이다.

노루는 처음부터 천여랑이 아닌 늑대의 살기를 느끼고 달아난 것이다.

 그리고 ‘크르릉’ 하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그녀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늑대였다. 어느새 한 떼의 늑대들이 노루를 잡

고 그녀의 주위를 둘러싸며 다가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자신을

둘러싸며 다가왔는지 천여랑은 몰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을 꺼내 든 천여랑은 가만히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죽어 간 노루의 처참한 모습이 어른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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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에 등이 땀에 젖으며, 머릿속에서 그동안 배운 검법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늑대들은 살기 어린 소리를 울리며 점점 천여랑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왼편에서 한 마리의 늑대가 그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천여랑이

놀라 왼편을 바라보는데 벌써 자신의 눈앞에 늑대의 얼굴이 보이자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굴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늑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천여랑은 그 모습에 놀라 검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자 늑대들도 그녀의 검을 피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물러섰다 싶으면 다시 달려들었다.

 천여랑은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이런 때에는 성에서 배운 무공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해서 달려드는 늑대들로 인해

지쳐 갔다. 천여랑의 검에 맞는 늑대는 한 마리도 없었다.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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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들다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여랑은 몸이 지쳐

가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루의 죽음이 굉장히 잔인했던 걸

상기하자 잠시 멍해 있었다. 그렇게 잠시 틈을 보이자 천여랑은 아차 싶었다.

어느새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천여랑이 그 늑대를 쳐내기 위해 검을 쳐들자 늑대는 검을 피하며

물러섰다. 그리고 갑자기 왼쪽 다리에 통증을 느끼며 천여랑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어느새 늑대 한 마리가 종아리를 물었던 것이다. 천여랑은

검으로 늑대를 찔러 갔다. 하지만 늑대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종아리를 물었던 입을 떼며 뒤로 피했다. 천여랑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일어서지 못했다. 종아리는 이미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자 늑대들은 또다시 ‘으르릉!’하는 소리를 내더니 아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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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 살기를 피우며 달려들었다. 천여랑은 늑대를 쳐내기 위해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사방에서 밀려오는 늑대들의 이빨을 피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피가 튀었다.

그리고 목이 날아가는 장면이 들어왔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목을 만져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검빛이 한 번 움직이자 여지없이 한 마리의 늑대가 죽었다. 천여랑이

생각하기에 눈앞의 남자는 단순하게 단 한 번에 한 마리씩 죽여 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검인데 이상하게 늑대들은 피하지 못하고 죽어

갔던 것이다. 그리고 늑대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늑대들이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는 피하고 철저하게

자신에게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자 몸이 떨려 왔다.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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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절정 고수라고는 하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천여랑은 이런

사실과 자신이 약하다는 현실에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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